함께 쓰는 CCM리뷰 [리뷰] All Souls Orchestra - Loves Excelling Prom Praise (CD) - 이성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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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9,614회 작성일 17-12-06 11:33본문
어쩔 수 없다. 사람이란 어디에서, 누구 밑에서 태어났느냐 가 내가 누구냐를 말하고, 내가 얼마큼 가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지위를 말한다. 같은 외모라도 거지 복장을 하고 있으면 천대받지만, 왕자 복장을 하고 있으면 우러러본다.
또, 자신이 아무리 자신이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도 넝마를 걸친 거지 복장을 하고 있으면 ‘괜찮네!’ 정도로 그치지만, 화려한 실크를 입은 왕자 복장을 하고 있으면 ‘매주 좋다!’고 극찬을 하게 되고 그제야 비로소 진가를 알아준다.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.
모든 곡들의 처음은 같다. 오선지에 간단한 음표가 그려져 있다. 곡의 진가는 여기에 어떤 화음과 어떤 악기, 어떤 가수의 옷을 입히느냐 에 따라 나온다. 물론, 멜로디 자체로 훌륭하게 여기는 곡들도 있지만 그 곡들조차 화려한 옷을 입히면 더 멋지고 웅장하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. 이 또한 어쩔 수 없다.
이 앨범은 이렇게 간단한 음표로 그려진 곡에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500명의 성가대, 세계를 대표하는 워십리더가 참여하여 웅장함을 드러내고 곡의 진가를 알려준다. 마치, 태풍경보를 알고 있음에도 바닷가에 가서 거대한 파도를 눈앞에 목도하는 기분이라 할 수 있다. 잔잔한 파도에 익숙한 분들에게 당혹스럽겠지만, 같은 바다라도 어떤 악기를 입히느냐 에 따라 이렇게 파도가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장엄한 파국의 파도에 압도당할 것이다.
이 앨범은 CCM의 포장을 하고 있지만 친숙한 일반 곡도 있다. 대표적으로 첫 곡에서 위풍당당 행진곡(Pomp and Circumstance March)을 들 수 있다.
흥미로운 건 ‘행진곡’의 영어다. ‘March’라고 하지만, March는 다 아는 대로 ‘3월’이라는 뜻도 있다. 봄을 알리는 3월(March)에 ‘위풍당당한 행진곡(March)’이 첫 트랙으로 들어간 이 앨범을 듣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도 특별하고 의미 있다 할 수 있다. 3월이 아니더라도 이 곡은 어느 날, 어느 계절에 들어도 기운차게 한다.
이후 익숙한 곡들의 향연은, 음악을 일을 더 잘 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일을 멈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게 한다.
물론,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. 13트랙을 연결하면서 곡과 곡의 흐름이 끊기는 부분도 있고, 처음엔 잔잔하게 진행되다 후반에 강렬하게 이어나가는 기승전결 구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떤 곡은 처음부터 절정의 소리가 있는 곡이 있어 당황해 할 수 있을 것이다. 그러나 이렇게 대규모 세션의 앨범을 앨범의 질에 비해 착한 가격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음악 상품이라고 자부한다.
음반 표지도 화사하고 손이 가게 한다. 영어를 몰라도(나도 모른다) 음악 감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, 찬송가와 CCM뿐만 아니라 일반 곡도 접할 수 있고 어떤 곡은 뮤지컬 스러운 곡도 있고, 폭풍같은 장엄한 곡도 있는 반면, 잔잔한 시냇물같은 곡도 있어 다채로운 곡의 구성으로 어느 곳에 틀어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건 장점이다. 감히 한 곡도 버릴 게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상찬일까.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.
- 글 : 이성구(순전한 나드 출판사, http://mutation0212.blog.me/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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